수능 뒤 아버지에게 간 이식하는 여고생
"수능을 잘 치러야 편한 마음으로 아버지께 간을 이식시켜드릴 수 있을텐데..." 수능 시험일인 17일 오후 충남 서산시 석림동 서산여고 1학년 3반 교실.
입구에 '21 고사장'이란 팻말이 붙어 있는 이 교실 중간쯤에서 이다솜(18.서산 여고 3년)양이 긴장된 표정으로 수능시험을 치르고 있다.
오는 23일 대수술을 앞두고 있는 아버지에게 2녀 중 맏딸로서 합격의 기쁨과 건강을 되찾는 기쁨을 동시에 안겨드리자고 거듭 다짐한다.
지난달 초 서울 삼성의료원의 조직검사 결과 맏딸만이 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는 통보를 받은 터라 수능시험이 끝나자마자 아버지에게 간을 이식해야 하기 때문에 이 번 수능에 임하는 이양의 각오는 남다르다.
아버지 경종(46)씨는 선천성 B형 간염이 악화돼 최근 삼성의료원에서 간경화 말 기 진단을 받고 생업(과일가게)을 접은 채 이식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수능을 잘 치른다 해도 이양의 마음은 그리 편치 않을 것 같다.
아버지의 간이식 수술에 최소한 1억원이 필요한데다 수술 뒤 재활치료에도 적잖 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양의 어머니는 최근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그동안 살던 아파트를 처분한 뒤 한 농촌주택을 무료 임대해 이사하고 화장품 1일 판매사원으로 힘겹게 살아가고 있 다.
수입이래야 월평균 60-70만원이 고작이니 두 딸의 학비를 대기에도 빠듯하다.
이양 가족의 안타까운 소식이 알려지면서 서산여고와 학부모회를 중심으로 '이 양 돕기 모금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1억원이 넘는 수술비를 마련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어서 각계의 도 움이 절실한 실정이다.
이양의 담임교사 김현태(37)씨는 "아버지의 병을 고치기 위해 선뜻 자신의 간을 이식하기로 결정한 다솜이가 무척 자랑스럽고 대견하다"며 "다솜이와 아버지가 수술 을 잘 마칠 수 있도록 주위의 도움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041-660-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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