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수빈이. 박수를 치며 괴성을 질러대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며 손바닥을 얼굴에 대고 흔드는 행동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한다는 수빈이(가명, 6세)는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내내 똑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진행성 뇌성마비와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수빈이는 손에 잡히는 대로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입으로 가지고 간다. 이런 수빈이의 행동에 어머니는 바깥일은 고사하고, 화장실조차 마음 놓고 갈 수가 없다. 상 앞에 차려진 귤껍질에 손을 뻗는 수빈이 손을 때리며 어머니는 한숨쉬며 말한다.

“정신연령이 11개월 정도에 멈춰서서 뭐가 뭔지 모르니까 이렇게 귤껍질이나 종이, 비누처럼 못 먹는 것도 닥치는대로 먹어요. 이런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지나가는 바퀴벌레도 잡아먹고, 대소변도 그렇고…….”

어머니가 조금만 한 눈을 팔아도 배설물까지 먹기 때문에 수빈이는 늘 기저귀를 차고 있다. 언제까지나 이 생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어머니는 막막하기만 하다. 더구나 기저귀를 사주던 올케언니도 얼마 전부터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아서 이제는 기저귀를 마련하는 것도 벅차기만 하다.

“저한테는 쌀 보다 기저귀가 더 필요해요. 쌀은 어떻게 싸게 살 수도 있지만 기저귀는 안그렇거든요. 저를 신용불량자로 만들고, 빚더미 위에 앉혀 놓은 이혼한 남편이 50만원씩 양육비를 지급하기로 했지만, 기저귀 값이라도 줬으면 좋겠어요.”

폭력을 휘둘렀던 남편. 수빈이 어머니는 산통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남편이 무서워 말도 하지 못해 산부인과에 제 때 갈 수가 없었다. 아이를 분만한지 5일이 지나도록 산부인과에서는 아이를 보여주지 않았다. 누구하나 오한에 떨며 병실에 있는 산모 대신 아이 상태를 확인해주고 산모를 보살펴줄 사람이 없었다.

5일 만에 겨우 병원에서 보여준 수빈이의 얼굴은 상처투성이였고, 배에는 복수가 차올라 도저히 정상으로 보이지 않았다. 곧바로 앰뷸런스를 타고 다른 병원으로 옮겼지만, 수빈이는 퇴원 후에도 젖도 제대로 빨지 못했다.  

“제가 그 병원에 왜 갔을까요? 너무너무 의사가 원망스러워요. 아무리 선천적으로 병이 있었더라도 조금이라도 일찍 조치를 취했으면 지금보다는 낫지 않겠어요?” 그러나 수빈이 어머니가 가장 아프게 느끼는 것은 사람들의 냉대다.

“교회를 다니는데 한 집사님이 우리 수빈이가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너무 정신없이 구니까 아이를 개 끈에 묶어놓으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정말 눈물 한바가지 쏟았죠. 그런데 이제는 너무 울어서 웬만한 걸로는 울지도 않아요.”

그러나 야속한 사람들이 있는 만큼 따듯한 사람도 많기에 세상은 살만하다. 수빈이가 귤을 잘 먹는다는 것을 알게 된 교회의 한 부부가 한밤중에도 귤 한 박스씩을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그 부부 역시 살림이 넉넉지 않은 수급자 부부라 더 고마울 뿐이다.

“같은 사람끼리 돕고 사는 게 세상 인심인가봐요. 수빈이가 지금 신은 이 양말도 교회 집사 님이 주신 거고, 이 커튼도 수빈이가 유리에 다칠까봐 살림도 넉넉지 않은 올케가 와서 직접 못질하고 달아주신 거예요.”

수빈이 어머니의 소원

이제 남은 수빈이 어머니의 소원은 딱 한가지이다. 지금은 말을 하지도, 걷지도, 말귀를 알아듣지도 못하는 수빈이가 버스 두 정거장을 혼자갈 수 있을 만큼만 신체 능력과 지적 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진행성 뇌성마비이기 때문에 물리치료와 여러 가지 심리 언어 치료를 꾸준히 계속 받아야 하는데 지금 다니고 있는 장애인복지관에서 조차 수빈이가 너무나 부산스러워 다른 아이들과의 그룹 치료가 불가능해 치료를 꺼리고 있다.

“제가 정말 몸이라도 팔아서, 막일이라도 해서 우리 수빈이를 치료하고 싶어요. 치료를 꾸준히 안 받으면 아이 뇌가 쪼그라든다고 하는데 복지관 원장님은 제가 이제 수급대상자라며 딴 병원에서 치료 받으라고 해요. 하지만 제가 그럴 여유가 어디 있나요? 그래서 참 많이 싸웠어요.”


11개월에서 정신연령이 멈춰 자라지 않는 아들이지만, 어머니에게는 천사처럼 느껴지는 수빈이. 단 한번이라도 “엄마”라는 말을 듣고 싶어 미칠 것 같다는 어머니. 많은 사람들의 힘이 모여 그 기적이 이루어지길 바래봅니다.

취재 안수진 dding52@sc.or.kr
출처 한국어린이보호재단 http://www.ilovechild.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