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아, 어서 일어나' 감동의 온정 릴레이

경기 안산시에 사는 최형섭(32) 이재은(31)씨 부부는 생후 12개월 된 딸 민경이를 안고 급하게 동네병원을 찾았다. 민경이는 얼굴이 파랗게 질리고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서 열이 많이 났다. 의사는 무조건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심한 감기 정도로 생각했던 최씨 부부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5월 21일 토요일 오후 7시께의 일이었다.

고대안산병원에서 민경이는 희귀병인 ‘영아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생후 1년 이하의 아이에게서 발생하는 이 병은 치료율 80~90%에 달하는 다른 백혈병과 달리 10%가 채 안 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아이의 성장이 빠른 만큼 암세포도 급성장해 항암제가 잘 듣지 않고 뇌세포 등을 파괴할 수 있는 방사선치료를 병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머니 이씨는 의사의 설명을 듣다 그만 쓰러졌다. “청천병력 같았어요. 2000년 남편의 사업 실패 후 우유배달 막노동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면서 이제 겨우 남편도 새 직장을 얻고 좀 살게 되나 했는데….”

하늘이 원망스러웠지만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은 없었다. 수혈을 통해 적혈구 수치를 높이는 게 급선무였다. 본격 치료에 들어가면서 민경이의 힘든 모습을 지켜보는 건 또 하나의 고통이었다.

하루에도 수 차례 수혈을 위해 커다란 주사 바늘을 꽂았다. 수혈 치료 이후에는 어른도 참기 힘들다는 항암주사를 맞았다. 잦은 주사로 민경이의 팔 부위 여린 피부가 해어져 나중에는 심장에 직접 관을 꼽고 약물을 넣었다. “말도 못하는 저 어린 것이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차라리 내가 대신 아파야 하는데….” 이씨는 다시 눈물을 훔쳤다.

다행히 민경이의 상태는 많이 호전됐다. 하지만 좋아하기는 일렀다. 6월 한 달 입원비만 약 800만원. 무역회사의 창고관리인으로 일하는 최씨의 월급 100여만원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 누군가 불행은 한꺼번에 찾아온다고 했다. 최씨는 6월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전치 5주의 중상이었지만 직장을 잃지 않기 위해 3주만에 퇴원했다.

전셋집을 내놓고 친지들의 도움을 받아 겨우 치료를 이어가던 부부에게 작은 희망이 보인 건 지난달이었다. 안타까운 사연이 한국아이닷컴을 통해 알려지면서 네티즌과 시민들의 정성이 모아졌다. 이 달 1일까지 총 1,411명으로부터 6,043만원의 기부금이 쌓여 6일 최씨 부부에게 전달됐다. 병원 측도 치료비 상당액을 깎아주겠다고 약속했다.

“8,000만원이 넘는 골수 이식 수술을 어떻게 감당하나 걱정했는데 여러분들 덕분에 민경이가 희망을 갖게 됐어요. 나중에 민경이에게 꼭 이 은혜를 잊지 말라고 전해 줄 거에요. ‘너도 크면 너와 같은 고통을 겪던 어린 친구들을 살리는 의사가 되라’고 말해 주고 싶어요.” 이씨의 입가에 오랜 만에 미소가 떠올랐다.  안산=신기해기자 shink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