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 돕기 ´아름다운 시민운동´

대구·경북 교육청 주도 … 5년간 64억 거둬 학생 730명 치료

"엄마, 나 언제 퇴원해?"

"밥 많이 먹고 치료 잘 받으면 퇴원 할 수 있어. 힘들어도 좀 참아."

대구 영남대병원 4층 소아과 병실. 침대에 힘없이 누워 있던 손모(13)군이 옆에 있던 어머니 이모(38)씨에게 집에 가자고 성화다. 이씨는 안쓰러운 듯 아들의 핏기 없는 손을 감싼 채 안절부절 못한다. 벌써 2년 넘게 해 온 투병 생활이다.

손군은 항암치료 탓에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다. 염증으로 왼쪽 눈두덩은 벌겋게 부어올랐다. 수시로 혈소판을 투여하고 항암주사를 맞는다. 최근엔 맹장.대장에 염증이 생겨 항생제 치료를 받고 있다.

손군은 2003년 말 다리가 아프고 입술이 터지면서 피가 나 진찰 끝에 백혈병 판정을 받았다. 이씨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아 며칠을 울기만 했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입원 중이던 2004년 8월 폐가 곰팡이에 감염돼 수술을 받았다. 꼬박 1년간 입원 치료한 2004년 말 나온 병원비가 무려 1억여원.

그러나 이씨는 본인 부담금 6000만원을 내지 못해 더 이상 치료가 힘든 상황이었다. 남편이 막노동을 하고 월세(보증금 500만원.월 임대료 30만원)에 살 정도로 형편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행 중 다행이랄까. 이때 대구교육청을 통해 시민성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씨의 요청에 교육청은 치료비 5000만원을 대신 내주기로 병원과 약속, 지난해 중반 돈을 지급했다. "도움을 받지 못해 치료를 포기했다면 얼마나 후회했겠습니까? 치료를 계속 받은 아들이 지금은 완치를 기대할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이씨는 성금을 내준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대구.경북에서 벌어지고 있는 난치병 학생 돕기 시민운동이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운동은 도승회 경북교육감이 2000년 말 "돈이 없어 죽어가는 아들을 살려 달라"는 한 어머니의 절규를 듣고 나서 시작됐다.

2001년 5월부터 ´난치병 어린이에게 희망을´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모금에 나선 것이다. 대구교육청도 이에 자극받아 2004년 4월 모금을 시작했다.

난치병은 백혈병.심장병.악성종양.만성신부전증 등 치료하기 힘든 질환을 말한다. 모금운동이 시작되자 학생들은 손때 묻은 저금통을 털고 화가는 개인전, 봉사.기관단체 등은 음악회.재활용품 판매전 등을 잇따라 열어 수익금을 기탁했다.

지난해 말까지 대구.경북교육청에 모인 성금은 83억여원. 대구에서는 2008년까지 5년간 27억원을 모으기로 했으나 이미 36억3000만원이 모여 목표를 넘어섰다. 두 교육청은 성금으로 730여 명에게 총 64억여원을 지급했다. 치료비를 지원받은 학생 중 대구 15명, 경북 71명이 완치 또는 완치 단계에 있다.

지원 방법은 일정 기준에 따라 심사해 대구교육청은 최고 5000만원, 경북교육청은 치료될 때까지 치료비 전액을 지원한다. 대구교육청 윤연옥(48) 보건담당은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일은 없도록 하자는 게 이 운동의 취지"라고 말했다.

[출처 : 중앙일보][2006-01-20 오전 11:05:00 입력]

[대구 황선윤 기자 - suyohwa@joongang.co.kr]
[조문규 기자 -
chomg@joongang.co.kr]